택시면허 총량제,족쇄인가 방패막인가…모빌리티 업계 과속입법 우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택시산업-플랫폼 실무 논의기구 2차회의에서 이동규(왼쪽) 카카오 모빌리티 부사장과 이양덕 전국택시조합연합회 상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의 입법화를 예정대로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스타트업 업계와의 진통이 커지고 있다. 택시면허 총량제나 플랫폼 기여금, 렌터카 이용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법제화를 밀어붙여 모빌리티 혁신에 '족쇄'를 채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택시제도 개편방안 실무논의기구 2차 회의에서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구체적인 법조문을 마련해 오는 10월 중 국회에 법안 발의를 요청할 것"이라며 "하반기 국회 일정 고려해 정기국회에 입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혁신형 △가맹형 △중개형 등 3가지 유형을 통해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차량·외관·요금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를 법제화하고 각 사업에 대한 세부내용은 2차 회의 이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혁신형' 모델이다. 정부는 현재 연간 900대 수준인 택시 감차 추이와 이용자 수요 등을 고려해 차량 총량을 정할 계획이다.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이 총량 안에서 운행 차량 대수를 허가받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기여금을 기존택시 면허권 매입, 택시 종사자 복지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기탁금 형태의 일시납 △대당 정액 △매출액 연동과 같은 분납 방식 등 구체적인 징수 방식조차 정해지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들은 불만이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만 1000대를 운행 중인데 연간 900대 안에서 모든 혁신형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나눠먹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타다'로 대표되는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서비스 허용 여부도 논란이다.

이에따라 국토부가 '과속 입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부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체적 방안을 모두 시행령으로 미룬 채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소비자 단체들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김길래 승차공유 이용자 모임 대표는 "택시면허 총량제로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방향은 진정한 공유모델과는 거리가 멀다"며 "시장의 유연성을 해쳐, 혁신성장을 하겠다는 정책 방향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상도 정책관은 "플랫폼 업계에서 말하는 새로운 사업은 기본적인 택시 수요층이 아니라 고급화된 수요층"이라며 "처음부터 엄청난 규모의 차량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반론했다. 또 "기본적으로 택시 면허를 정부에서 확보해서 새로 허가를 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물량 부분은 업계가 요청하는 대로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택시면허 총량제가 오히려 거대 외산 자본으로부터 택시와 플랫폼 업계를 보호하는 '방패막'이 돼줄 것이란 입장이다.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 우버나 중국 디디추싱, 말레이시아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거대 자본을 무기로 밀려들 경우 아직 규모를 키우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정책관은 "모빌리티 사업은 세계적 기업이 관심이 있어 해외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며 "이들이 엄청난 물량을 달라고 할 때 다 줘버리면 국내 기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업자를 막기 위해 모빌리티 사업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현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외국기업이 못 들어올 뿐 아니라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국내 스타트업도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근시안적"이라며 "일종의 유예기간을 둬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 정책관과 실무논의기구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하헌구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택시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화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상생안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택시 4단체 중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카카오모빌리티, VCNC, 코리아스타트업포럼, KST모빌리티 등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