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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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더니 나에게도 택시강도가!!

	설마 했더니 나에게도 택시강도가!! "104,000원에 저승티켓을 팔다" 서울도봉모범운전자 장 재 열 동료들이 택시강도를 당했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런 불행은 재수없는 남에게만 있고 “나는 괜찮겠지" 하며 안전불감증으로 운행해오던 나에게 평생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2003년 1월 16일 새벽 1시 40분쯤. 도봉구 쌍문역 동원가스에서 가스를 넣고 일을 마치고 방학동 집으로 가기 위해 마지막 코스를 잡았다. 그 때 모자를 쓰고 하얀 바지에 까만 잠바를 입은 20대의 남자가 타려다 뒤로 한발 멈칫하더니 갑자기 차를 세워 뒷좌석으로 승차하며 선덕학교 앞까지 가자고 했다. 술이 취해 피곤하다며 차룸등을 소등한 범인은 목적지에 도달하자 조금만 더 가자며 두 차례 장소 변경을 한 곳이 그 곳으로 가면 APT주차장이라 설명하자 차를 세우라고 했다. 부스럭 소리가 났다. 나는 당연히 돈을 꺼내는 줄 알고 잔돈을 계산하는데 순간적으로 범인 왼손에 머리채를 잡힌 머리가 뒤로 저쳐지며 오른쪽 목에 섬뜩한 촉감이 와 닿았다. 룸미러로 보니 20∼30cm 되는 칼이 먼발치 가로등 불빛을 받아 번쩍였다. 눈앞이 아찔하고 온몸의 맥이 쭉 빠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인생을 마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평생 특별히 잘 해주지도 못한 애처로운 아내의 모습이! 결혼식장에 아버지 없이 쓸쓸히 걸어가야 할 딸의 뒷모습이! 남들이 술에 취해 흥청거리고 잠든 시간에도 한 장 한 장 한 장 늘어나는 지폐의 만족감에 파김치처럼 지친 몸을 이끌고, 생사를 가르며 도로를 누비던 내 자신이 차가운 저승길로 말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이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돈을 다 줄테니 칼을 치우라"고 달래며 왼손으로 칼을 가리키자 범인은 손등을 칼로 찌르며 “허튼 수작하지 말라"며 차키와 돈가방을 뒤로 넘기라고 했다. 차키를 빼며 범인 모르게 위험신호등을 작동시켰다. 목적을 달성한 범인은 거만스럽게도 APT쪽으로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고 당황스럽지만 분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 손으로 범인을 가리키며 다른 한 손으로 호루라기를 미친 듯이 불었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 눈 시야에는 마지막 버스도 지나가고 위험신호등은 깜빡거리고 강도를 당하는 시간에 20여대의 동료택시들이 왕복으로 지나갔는데 아무도 와주지 않았고, 미친 듯이 호루라기를 부는 나만 미친 사람이 된 꼴이었다. 유일하게 와준 사람은 APT 경비원뿐이었다. 이렇게 맥없이 당하고 앞으로 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고 당장 일을 때려치우고 싶었다. 좁은 공간에서 공포에 떨어야 하고 사선을 왔다갔다 하는 그 순간은 동생이 범인잡는 총수라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고 오로지 나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 일을 그만두던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든지 양자택일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평상시 항상 회원들의 안전을 걱정하시는 도봉모범지회 박충구 회장에게 이야기 하니까 “장형, 당신은 오늘 104,000원 저승티켓을 팔은 거야!"라고 대답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다. 하루 수입 104,000원에 생명을 건진 기분이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과 범죄 방어책으로 가스총을 권유받아 소지하고부터는 운행중에 10대, 20대들의 고성횡포에 주눅이 들었는데 그럴 때도 당당해지고 자신감도 생김은 물론, 일에 대한 능률도 오를 뿐만 아니라 심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돼 생명보험을 든 기분으로 살고 있다. 난 동료들에게 외치고 싶다.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택시범죄에서 나만 피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캄캄한 밤, 한적한 곳, 범인이 유도한 곳에서 우리의 생명과 행복을 지키는 진정한 협력자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일을 하는 우리 동료가 아니겠는가. 위험신호등이 켜졌을 때 한적한 곳에 차가 서 있으면 바쁘겠지만 내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그것이 바로 나를 지켜주는 것이라 확신한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소박한 나의 마음을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