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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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손님 저런 사연

	앳된 처녀가 안겨준 서글픔과 비애 노남주 서울31자1924 작년 이맘때 쯤 새벽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미아리 고개에서 돈암동쪽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스무살가량 돼보이는 앳된 처녀 아이가 차를 잡았다. 그리고는 "아저씨,제가 지금 지갑을 집에 두고와서 돈이 없어서 그런데 좀 태워주실 수 없나요.요금은 집에 가서 드릴께요" 라고 말하며 훌쩍거렸다. 옷은 수수하지만 단정하게 입었고 표정도 거짓이 없는 것처럼 보여 그러자고 했다.그리고는 혜화동 성균관대 입구쯤에 내려왔을때 그 아가씨가 "아저씨,제가 편의점에서 뭘 좀 꼭 사가지고 갈게 있어서 그런데 3천원만 빌려주실 수 있어요.가서 드릴께요."라고 또 부탁을 했다. "뭘,사가지고 갈 건데.""에이,아저씨는 여자들 건데 뭘 알려고 그러세요."그래서 더 묻기도 뭐 해서 3천원을 꺼내주며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워 주었다.그러자 그 돈을 가지고 그 아가씨는 쪼르르 편의점안으로 들어갔다가 까만 봉지에 뭔가를 널어가지고 와서 다시 차를 탔다. 행선지인 아현동 부근에 왔다. 큰 찻길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곳을 한참 골목길로 뺑뺑이를 돌리며 데려간 후 그 아가시는 "저기가 제 집인데요 빨리 들어갔다 돈 가지고 나올께요"라며 차에서 내려 그 집 쪽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아가씨가 자기 집이라고 가르킨 데서 불이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꽤 기다렸다 싶었는데도 그 아가씨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그래서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순찰경찰관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그런 일 한두번 당해봐서 그렇게 순진하냐며 오히려 핀찬을 주었다.순간 착잡한 마음에 맥이 탁 풀렸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티없이 맑아야 할 저 나이의 앳된 처녀가 저런 짓까지 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는... 새벽에 이,삼십분 허비했다는 괘씸한 생각보다 인간과 우리 사회에 대헤 솟구치는 서글픔과 비애를 달래기가 힘들어 그 날은 여느대보다 일찍 집으로 들어갔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허물어져가는 우리 사회는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하는 생각으로 지금도 그 날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