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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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인택시)) 일년만에 뺑소니 혐의 벗은 이기옥씨

	일년만에 뺑소니 혐의 벗은 이기옥씨 [내일신문] 2004-01-27 (특집) 21면 1701자 지난 15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 1단독 안승국 판사는 1년 동안 뺑소니범으로 몰려 경찰과 검찰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인 이기옥(34·인천시 부평구)씨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동안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상대하기 힘들었던 국가 권력기관인 검찰, 경찰을 상대로 고군분투했던 일들이 이씨의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왜 이런 일이 하필 내게 벌어진 것일까” ◆달아난 운전자= 사고가 난 것은 경찰 출석일로부터 9일 전인 지난해 1월11일 오후 11시30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 전철역 부근. 승객 3명을 태우고 달리던 개인택시 운전사 이 모씨가 정지신호에 따라 차를 세웠지만 뒤따라오던 차가 뒷범퍼를 들이받아 이씨와 승객들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고 택시의 뒷트렁크가 찌그러지는 사고가 난 것. ‘길이 미끄러워 그랬는데 미안하다’며 다가온 사고 운전자는 택시기사 이씨가 차를 한쪽으로 빼는 사이 그대로 달아났다. ◆거짓말 탐지기가 거짓말을= 이씨가 뺑소니범으로 지목된 것은 그로부터 9일 뒤 이씨와 대질신문을 한 승객들이 이씨의 신체특징이 범인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경찰은 신고를 토대로 서울과 경기 인천의 2751번 마티즈 승용차 소유자 10여명을 소환했고 이들 가운데 사각턱에 큰 신장, 공손한 말투 등을 가진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뺑소니범으로 몰리니 황당한 정도가 아니라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어요.”“경찰은 제가 범인이라고 단정을 한 듯 아예 작정을 하고 나왔어요” 사고가 난 1월 11일은 공교롭게도 이씨의 아내가 임신을 한 날이었다. 그는 ‘사고발생 시각 인천의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TV를 봤고 오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시골에 내려간 아내와 통화를 했다’며 알리바이를 댔지만 그가 봤다는 TV 프로그램이 사고 전날 방영된 것으로 드러나자 경찰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답답한 이씨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설상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 “거짓말 탐지기가 거짓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궁지에 몰린 이씨가 마지막으로 의지할 희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자동차사고 감정 결과였다. 의뢰한지 한달 만에 나온 결론은 그의 차 앞범퍼에서 별다른 충돌이나 손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국과수 결론이 나온 뒤에도 경찰은 그의 항변을 믿어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5월 말경에는 경찰로부터 일방적으로 면허취소를 당해 운전조차 할 수 없었다. ◆신앙이 큰 힘 돼= 임신으로 몸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는 일과 직장일 만으로도 벅찼던 이씨는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서만 수차례 오갔다.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을 ‘오기’하나로 싸워 온 이씨는 당시 힘들었던 때를 돌이키며 “신앙의 힘이 아니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질신문에서 조사 경찰관에게 본인이 직접 이씨를 본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이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진술했던 목격자, 너무나 답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지만 ‘거짓’판정이 나오자 아예 범인으로 단정하고 국과수 감정결과를 받아주지 않은 경찰, 무죄를 항변했지만 받아주지 않고 법원에 기소를 한 검찰에 대해 이씨는 “그 동안 나를 힘들게 했지만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범인들을 많이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처럼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리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장환 기자 polkj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