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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턴 기자]지난 3일 오전 6시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언양휴게소 뒷편 논 바닥에서 경찰은 강도·강간 용의자 한 명을 검거했다. 이번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했던 두 시민은 콜택시 운전사인 유인구(늘푸른택시)씨와 박종만(동일택시)씨. 이들은 무전을 주고받으며 강도 용의자의 차량을 30㎞가량 추적한 끝에 경찰에 범인의 위치를 제보한 공로로 4일 울산지방경찰청장 감사장과 소정의 포상금도 받았다. ‘용감한 시민’ 유인구씨와 박종만씨를 이날 울산시 중구 태화동 태화강 둔치에서 만났다.
떡벌어진 어깨와 숯검뎅이 눈썹. 스포츠 머리의 유인구씨는 고등학교 시절 씨름 선수 출신 다운 건장한 체격이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박종만씨도 ‘경북역전마라톤대회’에 입상한 적이 있는 학창시절 마라톤 선수 출신이었다.
어떻게 직접 강도를 잡을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유인구씨는 사건 경위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 글쎄 기자 냥반. 내 말쫌 들어보소. 처음에 태운 아가씨들이 (울산시 남구)삼산동에서 자기 목에다 칼 댄 강도가 저기 앞에 있다고 그라지예….(중략) 아따 그넘아를 놓쳐서 무전기로 울산시내 콜택시에 대구 번호판 단 EF 쏘나타를 쫓아라고 연락했따 아임니꺼.(중략)”
유인구씨의 연락을 받고 무거동에서 범인의 차량을 발견했다는 박종만씨는 “무전 연락을 받고 범인 차량을 쫓았지예. 범인이 양산 휴게소에서 서서 한참을 전화하길래, 경찰과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아임니꺼”라며 공을 유씨와 경찰에게 돌렸다.
유인구씨는 “어렸을 때부터 의협심이 강했다”며 “10여년 전에도 여관에서 잠을 자다가 옆방에서 성추행과 강도를 당한 아가씨의 비명을 듣고 격투끝에 범인을 잡아 경찰에 넘긴 경험이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번에도 그때처럼 차분히 행동했다”며 “원래 겁이 없는 성격에다가 강도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무덤덤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섬뜩하다”고 덧붙였다.
유씨의 말에 박씨도 “집사람은 위험하게 괜한 짓 했다고 그라지예”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허지만서도 ‘우리 아빠가 최고’라는 작은 딸애하고 ‘조심하라’는 큰 딸애 말 듣고 기분이 괜찮아졌심더”라며 웃었다. 유씨는 “집사람이 나보고 원래 멋진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며 “돈만 좀더 많이 벌어오면 완벽하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어릴 때부터 차도 타고 돈도 벌 수 있는 택시기사가 꿈이었심더. 그런데 이일은 휴식시간이 없어서 요즘은 남들처럼 휴일에는 가족들과 같이 놀러도 가고 싶은기라예.” 택시 기사의 고충을 털어놓던 유씨는 “수입이 적어서 가장으로서 떳떳하지 못할때가 가장 힘들다”라고 말했다.
“택시 운전이라는 게 근무 여건이 워낙 열악하고, 보수도 적고, 안전상 위험도 많지만예,지는 결코 부정하게는 벌고 싶지 않심더”라는 유씨는 “우리사 손님들을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 안전하게 운전하면서, 개인택시라도 빨리하고 싶슴더”라며 소박한 꿈을 밝혔다. 박씨 또한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고 있는 자식들이 공부 잘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 잘 하는 거지예.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봉사활동도 하면서 좋은 일 마이 하믄서 살고 싶슴더”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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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택시 ‘거미줄 무전’ 강도잡아
[한겨레] “차량 도주” - “고속도 진입” - “휴게소로”
콜택시 운전사들이 무전으로 서로 연락하며 강도·강간 용의자가 몰던 차량을 40여분동안 30㎞가량 뒤쫓아 용의자를 붙잡았다.
택시손님 제보에 40여분 추적 동료기사와 협공 경찰 알려 3일 새벽 5시께 울산 남구 달동 남구청 인근 주택가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던 ㄱ(26)씨는 얼마전 새벽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강도짓과 성폭행을 저지른 조아무개(28)씨가 범행 장소를 다시 물색하는 것을 목격했다. ㄱ씨는 택시 운전사 유아무개(36)씨한테 “나에게 해를 입혔던 강도”라고 알렸고, 유씨는 때마침 인근을 지나던 의경 2명한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의경들이 불심 검문을 하려 하자 조씨는 렌터카인 흰색 이에프쏘나타를 타고 그대로 달아났다. 유씨는 조씨 차량을 추격하면서 7개 회사 600여대의 택시가 가입한 ‘우리콜택시’에 무전으로 달아난 차량의 특징과 번호를 알렸다.
20여분 뒤 시내에서 영업을 하던 우리 콜택시 소속 운전사 박아무개(46)씨가 용의 차량이 남구 무거동 신복교차로에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으로 향하고 있으며, 자신이 추격하고 있다고 무전으로 연락해 왔다.
택시에서 무전을 듣고 있던 피해자 ㄱ씨는 자신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남부경찰서 정기현 형사한테 휴대전화로 추격 사실을 알렸고, 마침 남구청 주변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던 정 형사도 용의 차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30여분 뒤 용의 차량을 쫓고 있던 운전사 박씨가 범인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언양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휴게소로 들어갔다고 무전으로 다시 알려왔다. 피해자 ㄱ씨는 조씨를 추격하던 정 형사한테 이런 사실을 다시 알렸고 정 형사는 지원나온 2명과 함께 격투끝에 조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울산 남구 삼산·달동 일대 원룸을 돌며 10여차례 강도·강간을 한 혐의로 조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정 형사는 “콜택시 운전사들과 피해자의 신속한 연락과 기지로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었다”며, “택시 운전사들과 김씨한테 신고 포상금과 상장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정말 용감한 택시 기사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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