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토장된 에너지 공청회장
[조선일보 경창환,2004.08.27 인턴 기자]
경유값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제2차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공청회가 화물연대 등의 시위로 무산됐다.민주노총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화물연대와 각 지역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 노동자, 화물차주협회 회원, 전국건설기계경영진연합,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회원 등 100여명은 27일 한국조세연구원 주최 ‘경유 승용차 허용에 따른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 진입해 시위를 벌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에너지연구원이 휘발유와 경유, LPG의 가격비율을 현행 100대69대51에서 100대85대50으로 조정하는 정책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하지만 운송 노동자들과 차주들의 시위로 공청회 토론자들은 입장도 하지 못했고 공청회장은 곧바로 정부 성토장으로 변했다. 공청회장 곳곳에는 ‘화물업계 고사시키는 경유인상 결사 반대’ ‘재정지원 받는 버스에 교통세 인상이 웬말이냐’ ‘고유가에 버스가 죽어간다. 교통세를 즉각 인하하라’ ‘물류체계 붕괴시키는 경유 인상 중단하라’라는 플래카드가 20여개 걸려있었다.
단상을 점거한 화물연대측은 “경유의 주 소비자는 화물차이기에 화물 노동자 다 죽이는 경유값 인상 반대한다”며 “목숨 걸고 공청회를 막겠다”고 말했다. 대전화물연대 소속의 한 회원은 “한달 6000ℓ를 소모하는데 이대로 경유 가격이 오르면 한달 60만~70만원 정도 더든다”라며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때 우리는 그래도 화물차를 운행했지만 이제는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물운송업자라고 신분을 밝힌 한 남성도 “1ℓ당 15㎞를 달리는 경유승용차와 ℓ당 2~3㎞를 달리고 하루에 100~200㎞를 뛰는 화물차를 비교해서는 안된다”라며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겠지만 경유가격 인상은 화물운송업계에는 엄청난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물차 운전자 한달 수입이 150만원 정도인데 경유와 관련해 1대당 한달에 140만원 세금을 내고 있다”며 “그렇게 세금을 내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화물업계는 면세유 지급도 요구했다. 전국직영화물운송사업자 협의회 황길중(57)씨는 “정부안이 시행 되면 1t 화물차의 경우 한대 당 평균 한달에 40만원, 컨테이너 차량의 경우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된다"며 "갈수록 물량도 줄어드는 판에 기름값마저 오르면 화물 차량은 손발 다 놔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개인이 운행하는 경유차와 사업용 화물차를 같이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화물차에 한해 인상된 유류세를 면제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업계는 LPG가격의 상대비율을 50에서 30으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개인택시조합 도봉지부 회원인 김정성(61)씨는 “하루에 평균 3만원 정도하는 LPG값을 빼고 나면 간신히 밥 먹고 살 정도"라며 "개인택시 운전이 동네 음식점 배달원보다 벌이가 시원찮은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또 김씨는 "개인택시에 대해서 특소세를 면제해주던지 하다못해 가격비를 휘발유 100 대 LPG 30 정도로 조정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시위로 인해 당초 오후 3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공청회가 30분 이상 지연됐으며, 주최측인 조세연구원은 시위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청회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화물연대측이 “앞으로 열릴 공청회도 중단시키겠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반발도 거세 정부의 에너지 가격 조정안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창환기자 ch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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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교통 신문 등록일 2004-08-22
택시, 최악의 불황…“희망이 없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에다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택시 운전자들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열악한 근로환경과 저임금, 교통사고 위험 등으로 택시운전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지역마다 운행을 중단하고 차고에서 낮잠을 자는 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영업에 나선 택시들도 빈차로 도로를 배회하며 승객찾기에 급급해 하는 등 사상 초유의 택시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택시운전 경력 14년차인 김수장씨(K운수·51)는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어요. 지난 달엔 월급 72만원에 입금 맞추고 남겨서 집에 들고 간돈을 합하니 109만원이더군요. 아이 둘이 곧 개학인데 앞이 캄캄합니다”라고 말했다.유준근씨(개인택시 사업자·59)는 “승객을 찾아다니는 것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름값이 하도 올라 빈 차로 다닐 수도 없고…. 저는 식대를 줄이려 아예 도시락을 들고 나와요.”라며 손을 내 저었다.
서울택시업계는 장기불황에 유가 인상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며 종사원들 몰래 업체 매각을 추진하는 4∼5곳 있을 정도다. 이들 업체는 회사를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채무 관계로 내놓고 폐업 이나 매각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은밀히 양수자를 물색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불황의 여파로 인한 승객감소와 유가 인상 부분. 그나마 버텨주던 운전자들도 하나둘씩 이직 또는 전직을 해 나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운전자 구하기에도 지쳐 있다.
운전자들 역시 “택시운전은 못할 짓”이라며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더 이상 택시산업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사업자나 운전자 가릴 것 없이 파산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호소했다.택시노련이 올 투쟁 목표로 ‘택시운전자에 최저임금제 적용’을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반면 택시업계는 ▲면세 LPG 공급 ▲운임 부가세 완전 면제 등 세제 지원과 함께 ▲택시차령 연장 ▲요금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박종욱 기자 : Pjw2cj@gyotong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