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1000원짜리 택시가…경제난속 직장인―택시기사 ‘윈―윈’
끝 모를 불황 속에 서울 시내에 1,000원짜리 택시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8월31일 오전 8시. 지하철 7호선 청담역 7번출구 도로변에 택시들이 일렬로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역을 빠져나온 한 직장인이 잰걸음으로 30∼40m를 걸어가 맨 앞에 서있는 택시에 오른다. 뒤따라온 낯선 사람들도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같은 차에 올라탄다. 4명 정원이 차자 비로소 출발하고,손님들은 내리면서 달랑 1,000원짜리 한장만 내미는 이색 풍경이 목격됐다.

‘1,000원 택시’는 거리에 상관없이 요금이 무조건 1,000원이다. 청담역에서 차관아파트 4거리를 지나 포스코 4거리까지 일직선 코스만 운행한다. 따라서 손님들은 타면서 굳이 목적지를 밝히지 않는다. 자신이 내릴 곳에서만 “세워달라”고 하면 된다.

이 택시는 대학가에서만 맴도는 다람쥐 택시의 변종. 다람쥐 택시가 일부 대학가에서 요금을 다 받고 매 시간 운행하는 데 반해,1,000원 택시는 오전 8∼9시 출근시간대에 직장인을 상대로 반짝 등장했다 사라진다. 가장 큰 차이는 만족도. 다람쥐 택시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용하지만 1,000원 택시의 경우 직장인들과 택시기사 서로가 절실하다.

회사원 한주희씨(25)는 “버스노선이 한대 밖에 없는데 그것도 20분에 한대씩 온다. 바쁜 출근 시간에 걸어가기에는 좀 멀고 힘들어 택시를 이용한다”며 “이 방향으로 가는 직장인이 워낙 많아 한 사람씩 택시를 타면 아마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택시기사 박상영씨(43)는 “다른 지역에서는 아침에 만원 벌기도 빠듯한데 여기서는 한시간만 바짝 일하면 손쉽게 만원 넘게 벌 수 있다”고 밝혔다. .

때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운 나쁘게(?)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택시와 손님이 낭패를 겪기도 한다. 개인택시 김모씨는 승객들에게 “왜 1,000원만 내느냐”고 말했다가 창피를 당한 경우.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손님들도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사람들이 합승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택시들이 종종 승차 거부하는 점에 또한번 놀란단다. 강남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버스노선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마당에 1,000원 택시에 대해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박신보 tipop@sportstoday.co.kr

[스포츠투데이 2004-09-01 17:25]